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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팩트] 수돗물 냄새 원인은 ‘잔류염소’ … 소독 돕지만 건강 해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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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팩트] 수돗물 냄새 원인은 ‘잔류염소’ … 소독 돕지만 건강 해칠 수도

입력 2015-11-12 15:38수정 2015-11-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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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염소가 발암물질 트리할로메탄 생성 우려 … 노후된 수도관은 중금속 혼입 초래

1908년 서울 뚝섬에는 한국 최초의 정수장이 지어졌다. 1905년 8월 영국인이 설립한 대한수도회사(Korea Water Works Co.)는 고종의 승인을 거쳐 현대식의 정수장을 만들었다. 당시 정수장에는 침전지 2개, 여과지 5개, 정수지 1개 등을 갖추고 하루 1만2500t의 물을 생산해냈다.

인류학자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수돗물을 꼽는다. 깨끗한 물로 인해 인류의 수명이 20년 이상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식수와 개인 위생 향상을 통해 질병의 위험을 약 9.1% 낮추고, 6.3%의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iochemical Oxigen Demand, BOD)에 따라 6등급으로 나뉜다. BOD가 1ppm 이하는 1등급, 3ppm 이하는 2등급, 6ppm 이하는 3등급, 8ppm 이하는 4등급, 10ppm 이하는 5등급, 10ppm이 넘으면 등급외라고 판정한다. 일반적으로 수돗물의 원수(原水)는 2등급 이내의 것을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3등급도 사용하지만 활성탄, 막여과 등을 이용해 고도 정수처리를 한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질이 함유될 수 있어 수돗물은 반드시 소독 절차를 거친다. 수돗물을 세균, 바이러스 등을 소독하는 방법으로는 염소소독법, 오존살균처리법, 자외선살균처리법 등이 있다. 이 중 한국에서는 염소소독법을 채택하고 있다.

염소는 가격이 싸고 소량으로도 멸균효과를 얻을 수 있어 수돗물을 소독하는 데 효율적이다. 오염된 하천수를 정수해 수돗물로 사용하려면 물 속에 함유된 각종 이물질, 부유물질 등을 침전시킨 후 차아염소산(HOCI) 등 염소물질을 다량 투입해 세균을 제거한다.

수돗물의 원수가 오염될수록 염소 투입량도 늘어난다. 한국 등 급속여과(急速濾過)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에서 수돗물의 안전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로 ‘잔류 염소량’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3년 이전까지 0.7㎎/ℓ 정도의 염소를 투입했으며, 이후에는 0.1∼0.3㎎/ℓ 이하로 주입량을 줄였다. 잔류염소가 많을수록 수돗물을 소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잔류염소로 인한 단점도 커질 수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수돗물을 마실 때 나는 특유의 냄새나 맛은 잔류염소가 원인”이라며 “한국 수돗물 속 잔류염소량은 치명적이진 않지만 잔류염소가 과도하게 함유될 경우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잔류염소는 물맛을 쓰게 하고 체내에 들어와 인체와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그 결과 면역력을 떨어지게 된다. 유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물의 산화환원 전위가 상승해 머리카락과 피부의 신진대사가 장해를 받게 된다. 잔류염소의 산화력은 비타민C를 순식간에 파괴시키며, 체내 효소 활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 전문가들은 수돗물로 샤워를 하는 게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따뜻한 물은 피부 모공을 넓혀 사워하는 동안 민감한 피부 속으로 잔류염소가 흡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피부건조증, 땀띠, 가려움 등이 생길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돗물 염소소독 처리과정에서 수중의 유기물(부식질)과 염소가 화합해 생성되는 트리할로메탄을 우려한다. 이 성분은 발암물질 중 하나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에 따라 한국에서는 수도물 1ℓ당 0.1㎎ 이하로 함유량을 규정하고 있다. 수돗물을 매일 하루 2ℓ를 마셨을 때 발암률이 10만분의 1 이하가 되도록 설정한 값이다.

1998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강관리국은 수돗물 속 트리할로메탄의 함유량이 현행 기준치 이하라도 임신 여성이 대량으로 마셨을 경우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 3개월까지 임신 초기 여성 51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으로 트리할로메탄 함유량이 1ℓ당 0.075㎎ 이상의 수돗물을 하루에 5컵 이상을 마신 경우 유산율은 15.7%에 달하고, 그 이하의 함유량 혹은 음용량인 경우에도 유산율이 9.5%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건강관리국은 결과 발표 이후 트리할로메탄 함유량이 많은 지역 여성은 수 분간 끓인 물을 식혀서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가정에서 수돗물 속 염소를 제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끓이는 것이다. 물을 2분 정도 끓일 경우 85%가 감소하고, 15분이 지나면 98.2%가 사라진다. 염소는 특성상 휘발성이 강해 그릇에 담아두기만 해도 날라간다. 24시간 지나면 83%, 48시간은 97.6% 제거된다.

잔류염소 외에 노후된 수도관 등을 통해 수돗물에 중금속이 함유되는 것도 문제다. 임종한 교수는 “정수장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수돗물이 배급돼도 수도관에서 녹이 슬면 중금속이 혼입될 우려가 높은데 과거에 주로 쓰던 아연도강관은 이럴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94년 4월 1일부터 녹이 잘 스는 아연도강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신규로 설치하는 수도관에서만 아연도강관 설치를 막아 기존에 설치된 것에 대해서는 강제 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로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산본 등 1기 5대 신도시를 비롯한 상당수 가정집은 아직까지 아연도강관을 사용 중이다. 이후 신축된 건축물들은 녹이 슬지 않는 동관, 스테인리스관, 합성수지관을 사용하고 있다.

아연도강관은 값이 저렴해 실내 배관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10년 이상 사용할 경우 철을 감싼 도금 아연이 벗겨지면서 급속히 부식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연도강관을 사용 중인 아파트 단지들은 배관 교체를 추진하고 있지만 1000가구 기준 약 15억원이 드는 고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천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용 일부를 보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돗물을 먹을 경우 오히려 갈증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이에 임 교수는 “수돗물 속에 갈증을 유발하는 약품은 없다”며 “갈증은 물의 온도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큰데 여름에 수돗물을 먹으면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당이 든 음료수나 주스 등이 오히려 갈증을 더욱 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수돗물을 안전하게 마시기 위해 끓여먹는 가정이 대다수다. 인터넷에는 물을 끓이면 미네랄이 날아간다고 소개돼 있으나 이는 주로 정수기 판매업자들의 짧은 지식에 의한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유기물질은 열에 의해 공기 중으로 휘발될 수 있지만 무기물인 미네랄은 용기 안에 남아 있다. 분자량이 작은 미네랄만 극히 일부 수증기나 냄비 또는 주전자 뚜껑에 달라붙어 제거될 수 있기는 하다.

임 교수는 “끓인 물 속 미네랄과 일반 물속 미네랄의 양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같은 미네랄 섭취라도 물을 통해 체내에 들어오는 것이 식품을 통해 섭취되는 것보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심화된 연구가 없어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인체의 정상대사에 필요한 미네랄은 물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야채나 과일 속에 존재하는 수분은 땅에서 뿌리로부터 물을 흡수할 때 함께 빨아올린 칼슘, 철, 황, 아연, 구리, 망간, 규소, 셀레늄, 크롬, 코발트 등 양질의 무기질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미네랄 흡수 효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식품 속에 들어 있는 게 유기미네랄이고, 물 속에는 이온화된 형태의 무기미네랄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물 속에 유기미네랄이 있다면 십중팔구 부패한 물이기 쉽다. 오염되지 않은 국내의 자연수는 거의 대부분 이온화된 무기미네랄이라고 보면 된다. 물을 끓이면 유익한 유기미네랄이 무익한 무기미네랄로 변한다는 주장도 사실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모든 미네랄은 사실상 무기물이며, 유기미네랄 용어 자체가 식품업계나 정수기업계 등에서 만든 상술 섞인 호칭이라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또 물을 끓일 경우 오염물질, 노폐물 등이 걸러지지만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 즉 용존산소량이 현저하게 줄게 된다. 이 때문에 끓인 물을 마시면 갈증 해소가 덜 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한편 일본의 오사카대 환경공학과의 하시모토 스스무 교수는 칼륨, 칼슘, 규산이 물맛을 좋게 하는 반면 마그네슘, 황산, 염소가 물맛을 나쁘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칼슘 함유량이 많을수록, 나트륨 함유량이 적을수록 건강에 이롭다고도 말했다.

국내 정수기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역삼투압 정수기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을 제거하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미네랄까지 걸러낼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이에 관련 업체는 음식을 통해 미네랄을 섭취하면 되기 때문에 정수기 본연의 유해물질 제거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황사, 대기오염, 이상기후 등으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수돗물에 미세먼지가 녹아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수돗물은 침전, 여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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