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보경찰 “우린 평가 점수의 노예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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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분석-역술인 보고서 왜 나왔나
매일 쓰는 보고서 내용따라 점수… 수뇌부, 공개 회람 시키며 일선 압박
“靑, 선거때마다 맞춤보고서 요구”

정보경찰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친박(친박근혜)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심지어 역술인 보고서를 쓰게 된 이유는 내부의 철저한 평가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첩보 평가 기준’과 ‘정보관리프로그램(NPIS) 배점 기준’에 따라 매일 쓰는 일보에 대해 △기록(2점) △통보(5∼10점) △중보(10∼20점) △상보(20∼50점) 등 4단계로 평가받았다. NPIS에 올린 보고서는 청와대 등 상부로 전파된 보고인지를 건별로 분석해 80% 이상 반영된 경우 가장 높은 점수인 20점을 받았다고 한다.

정보경찰들은 매일 할당받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보고서 내용에 따라 ‘채택’되거나 채택되지 않는 일명 ‘킬’을 당했다고 한다. 경찰 수뇌부는 매일 채택 건수와 점수를 공개해 회람을 시키면서 일선 정보경찰을 길들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정보경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 조사를 받으면서 “우리는 점수의 노예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온 ‘정권 아부형’ 보고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55·수감 중)은 친박 맞춤형 보고서에 대해 “선거 때마다 청와대에서 지역구 분석 등을 관행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뇌부는 청와대가 요구한 보고서를 작성해준 대가로 청와대에 반대급부를 요구해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 정보국이 작성한 ‘경찰 출신 인사들의 정무직 소외에 따른 여론’ 문건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교통방송의 주요 보직, 국가정보원, 산하기관 단체장과 감사에 경찰 고위직 출신이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달라”고 적혀 있다. 1991년 이후 역대 경찰청장 20명 중 12명이 정보경찰 출신일 정도로 정보경찰은 다른 보직과 비교해 인사 혜택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정보경찰은 “어느 정부에서든 정보 수요자에 맞춰 공공의 안녕을 위한 정책 생산에 도움이 될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모든 활동이 매도당한 측면도 있다”며 “명예와 자존감으로 살아왔는데 최근 모든 게 무너져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
#정보경찰#친박근혜 선거 분석#역술인 보고서#평가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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