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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그래픽을 만지고 자르고… 영화가 현실로

기사입력 2012-03-21 03:00:00 기사수정 2012-03-21 06: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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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PC ‘시스루 3D’ 개발 美 MIT 박사과정 이진하 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진하 씨가 자신이 개발한 ‘시스루 3D’ 데스크톱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3D 그래픽을 손으로 만지며 자유롭게 옮긴다. 이진하 씨 제공
2010년 국내에서 개봉돼 3일 만에 관람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아이언맨2’.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가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로봇을 컴퓨터로 설계하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투명한 공간 위에 3차원(3D) 홀로그램과 같은 그래픽으로 떠 있는 로봇 이미지를 마치 실물 로봇처럼 만지고 돌리며 완성해 나간다. 그래픽 작업을 할 때 마우스를 돌리는 현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언맨2는 미래지향적인 컴퓨터 작업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기술을 상용화한 한국의 젊은이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진하 씨(25·사진)가 그 주인공. 이 씨는 ‘시스루 3D’라는 PC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씨넷은 “이 씨가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를 창조했다”고 극찬했다. 이 씨를 e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아이언맨2가 현실로

‘시스루 3D’란 이름엔 속이 훤하게 보이는 투명한 모니터에서 3D 그래픽을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컴퓨터에는 모니터 대신 윗면을 떼어낸 투명한 박스만 있다. 컴퓨터를 켜면 이 박스 안에 각종 아이콘이 3D 그래픽으로 뜬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만지니 웹사이트가 보였다. 이 사이트를 손으로 잡고 옆으로 치워버린 뒤 문서 파일을 띄웠다.

다 읽은 문서를 삭제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마우스로 해당 파일을 클릭한 뒤 키보드의 삭제(Delete) 버튼을 누르는 대신 손으로 문서를 잡아 3D 그래픽으로 된 휴지통에 버린다. 집 안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사각형의 모니터에 박혀 있는 그래픽 입자들이 마치 공기처럼 떠다니는 듯했고 이를 자유롭게 만지는 이 씨가 마술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미래의 조각가는 조각칼을 들고 석고나 찰흙을 다듬는 게 아니라 조각칼, 석고, 찰흙의 질감을 재현한 3D 그래픽으로 조각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예술가도 자신의 손맛을 살려 컴퓨터로 예술을 할 만큼, 컴퓨터가 인간과 더 친근해지고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컴퓨터는 그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아이디어를 처음 낸 뒤, 3개월 동안 연구 끝에 만든 작품이다. 컴퓨터에 있는 카메라가 이용자의 눈동자와 손의 움직임을 인식해 3D 그래픽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적용된 각각의 기술 가운데 이미 개발된 것도 있지만 이 씨는 이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냈다. 컴퓨터 지식에 사람에 대한 통찰을 더해야 만들 수 있다. MS와 삼성전자는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연구에 힘을 보탰다.


○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꿈꾸다


이 씨의 MIT 전공과목은 기계와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 실제 이 씨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욕심쟁이다. 수석으로 졸업한 경기과학고 시절엔 생물학을 공부하며 생명에 대한 이해력을 높였고 학사 과정을 끝낸 도쿄대에서는 반도체공학을 전공하며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을 탄탄하게 쌓았다.

원래 기술에 관심이 많았냐는 물음에 그는 “어린 시절 컴퓨터가 제일 싫었다”고 답했다. 차가워 보이는 기계를 만지기가 싫었다는 것. 하지만 둥근 곡선 모양을 한 모니터가 있는 애플의 아이맥 PC를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기술과 인간의 조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미래의 꿈에 대해 “영어라는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알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인문학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며 “과학과 예술, 인문학을 넘나드는 연구자가 돼 인간에게 꼭 필요한 기술과 제품들을 창조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에게서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해 IT 분야 종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비쳤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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